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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남도 미식기행(紀行) : ‘육전’과 ‘떡갈비’의 교훈과 ‘타다’논쟁 - 법률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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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덕인관 댓글 0건 조회 9,512회 작성일 19-11-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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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하루를 여행에 썼다. ‘맛 집’을 찾아서. 신림동의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아침 KTX를 탔다.

중략

다음 목적지는 담양. ‘소쇄원’과 ‘메타세콰이어 길’ 산책은 우리 ‘맛 집 여행’의 애피타이저였다.

담양에서 찾아간 곳은 떡갈비 집인 ‘덕인관.’ 이 식당은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떡갈비에 집중한 곳이다. 한 분야에서 반세기를 넘었을 때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여기서도 내린 결론. 지금까지 내가 먹은 떡갈비는 떡갈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이전까지 떡갈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고기 맛이 약하고 질감이 퍽퍽한 그저 씹기만 편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먹은 떡갈비는 고기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갈비대도 있어서 뜯는 맛도 있었다.

뜻하지 않게 이번 가을 여행에서 두 가지 편견을 깼다. 육전과 떡갈비에 대한. 그래서 이번 여행은 교훈도 주었다.

왜 이곳 육전과 떡갈비는 맛있을까?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소비자를 위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들으니 대광식당은 원래 육전집이 아니었다고 한다. 고기를 파는 식당이었는데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할까 하다 육전을 부쳐 주었다는 것이다. 그 자리서 따뜻하게 구워주는 전의 맛이 그리고 그 정성이 손님들을 반하게 했을 것이다. 결국 손님들 성화에 육전집이 되었단다. 얼마나 아름다운 결론인가! 손님에게 필요한 음식이 손님과 식당 모두에게 더 높은 만족감을 주니. 

떡갈비도 그렇다. 떡갈비의 유래는 여럿이다. 궁중음식으로서 왕이 갈비를 손으로 뜯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 갈비를 먹기 좋게 치대는 것이 꼭 떡을 치대는 것과 같아서 떡갈비가 되었다는 설. 효심이 깊은 자식이 노부모를 드시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 다양한 설들이 있지만 어찌되었던 떡갈비는 고기 맛을 온전히 느끼면서도 편히 먹을 수 있게 해준 음식이다. 고기만 먹었을 때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고기 배합을 달리하고 크기를 조절한 것 역시 소비자 친화적이다. 맛도 있는데 편하기도 하다.

두 가지 음식에서 내릴 수 있는 교훈은 ‘본질’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음식의 ‘맛.’ 음식을 제공하는 ‘서비스.’ 그리고 소비자의 필요에 따른 ‘적응(adaptation).’

여행을 다녀오니 눈에 띄는 뉴스가 있다. 검찰이 공유운송 서비스인 ‘타다’의 이재웅 대표를 기소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택시 업계와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두고 충돌해왔다. 그런 갈등 와중에 ‘타다’의 인기가 높아지자 택시조합 전 이사장과 간부들이 지난 2월에 검찰에 타다를 불법영업으로 고발한 것이다. 새로운 사업인 탓에 검찰은 입장을 정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국토부에 의견을 문의하였다. 국토부 역시 타다 사업의 불법성을 두고 의견을 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 어중간한 입장 사이에서 결과는 검찰기소로 귀결된 것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정부가 어려운 입장이란 점은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이면서 공공운송기능을 수행하는 택시업계를 단호히 버리기 어렵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는 특히. 한편 공유경제와 혁신경제인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하면 향후 이런 새로운 사업구조가 한국에서 자리 잡을 수 없다. 이러한 입장을 방증하는 것이 10월 28일 당일이다. 이날 문재인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사업의 비전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검찰은 타다를 기소하였다. 정부가 따로 논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입장을 택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소비자들이 왜 ‘타다’에 열광하는지를 보면 된다. 친절한 서비스, 검증된 기사, 깨끗한 실내, 스마트폰사용의 편리성, 승차거부의 부재, 직접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편함, 4명 이상도 한 차에 탑승할 수 있음. 이에 더해 편안한 클래식음악과 택시 내 불필요한 정치논쟁배제는 덤이다.

이 모든 것의 결론은 소비자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타다’는 일반 택시보다 비싸다. 높은 요금을 지불하면서도 타다를 이용하는 것은 기존 서비스보다 나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들이 ‘타다’가 현재 130만이 넘는 회원을 모은 배경이다.

서비스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즉 서비스의 본질은 ‘받는 사람(소비자)’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결국 시장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과 기업 운영방식이 결국은 세상을 이끌어간다. 육전과 떡갈비를 보라.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것이 택시업계를 고사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자극은 택시업계에 장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변화과정에서 택시운전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것은 ‘사회적 합의’와 함께 ‘정책’을 통해서 만들 수 있다. 적응(adaptation)과정에서 공유경제나 혁신경제와 같은 다양한 실험은 사회적 선호를 명확히 해준다. 소비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말이다.

현 상황의 가장 문제는 정책부재가 아니라 정치부재다. 정치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 ‘타다’문제의 본질이다. 국토부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둔 상태이다. 하지만 국회는 이 사안이 뒷전이다. 검찰개혁과 선거구 개편으로 국회가 싸우는 동안 한국은 혁신경제나 공유경제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정치가 크게 어려운 것인가!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정치는 다가올 시대를 미리 진단하는 것이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다.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싶다면 ‘육전 집’과 ‘떡갈비 집’을 한번 방문해보라! 답은 항상 단순한 곳에 있는 법이니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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