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살 안 다지고 일일이 잔 칼질 씹는 맛이 다르네 - [중앙선데이] 201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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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덕인관 댓글 0건 조회 8,985회 작성일 19-10-05 19:12본문
덕인관 떡갈비. 한우 암소 갈비만 사용한다.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한 다음에 손님상에서 한 번 더 구워 마무리를 한다. 다른 고장에 가서 제대로 된 맛집을 찾을 때는 현지 토박이 ‘전문가’를 찾아서 물어보는 것이 제일 좋다. 또 다른 일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 흔한 ‘맛 자랑 멋 자랑’ 간판을 보고 그냥 들어갔다가 실망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전라남도 담양의 떡갈비 식당 덕인관은 그렇게 찾아냈던 곳이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20> 담양 ‘덕인관’의 떡갈비
담양에서 40년 가까이 살고 있던 한량 친구는 그곳에서 첫 번째로 맛있는 식당이 어디냐는 질문에 두말없이 이곳을 가장 먼저 꼽았다.
떡갈비란 쇠 갈비살을 먹기 쉽게 다져서 양념을 한 다음 떡처럼 뭉쳐서 불에 구운 것이다. 전라도 북부 지방에서 시작된 잔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많이 들어 음식을 씹기가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갈비살을 잘게 다져 구워 드린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전라도 지방에서는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음식이다. 특히 담양 지역이 떡갈비 식당들로 유명하다.
“고기는 씹는 맛이지~”라고 모 가수는 잇몸 약 광고에서 신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아무리 먹기 쉽게 만든 떡갈비라고 하더라도 적당히 씹히는 맛이 없으면 고기 먹는 맛이 안 난다. 떡갈비도 이렇게 씹히는 맛이 나게 하려면 고기를 다지더라도 ‘적당히’ 잘 다져야 한다.
덕인관은 갈비살을 ‘적당히’ 다지는 것을 넘어 아예 ‘다지지 않고 잔 칼질로 다듬는다’고 하는 곳이다. 더 고차원적인 수준이다. 과연 직접 맛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적절하게 씹히는 맛이 있으면서 부드럽게 넘어가고, 기름기와 살코기의 균형이 잘 남아 있다. 일일이 섬세하게 잔 칼질을 해야 하는 수고에 만드는 분들은 고생하겠지만 몸이 힘들면 그만큼 입이 즐겁다는 것은 음식 준비에서 만고의 진리다.
떡갈비의 매력은 고기를 잘게 다진 다음에 양념을 하기 때문에 양념이 골고루 배어들어 깊은 감칠맛이 난다는 것이다. 덕인관 떡갈비의 양념은 간장의 구수한 맛과 단맛, 짠맛 등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면서 갈비살의 맛을 잘 살려준다. 주방에서 초벌 구이를 한 다음에 손님상에 올려서 한 번 더 마무리 구이가 되도록 하는데 식당 입구에 들어서면 이 굽는 냄새가 제일 먼저 마중을 나온다. 식욕이 절로 발동하면서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도 지갑이 힘없이 무장해제된다.
덕인관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음식은 ‘떡갈비의 짝꿍’이라고 스스로 강조하고 있는 죽순추어탕이다. 와인과 음식 간의 궁합을 마리아주(Mariage)로 표현하지만 음식들끼리도 이런 마리아주가 있다. 부족한 맛을 서로 보완해 주면서 맛의 상승 작용을 이끌어내는 궁합이다. 떡갈비는 갈비살의 특성 때문에 기름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얼큰하면서 담백한 추어탕 국물은 이 때문에 텁텁해진 입맛을 개운하게 마무리해 준다. 멋진 짝꿍이기도 하고, 죽순추어탕 그 자체만으로도 독특하고 훌륭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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